고3때 원래 실력보다 개똥망해서 자연스레 재수를 했다.
고지식하고 원리주의자였던 나는 재수단과학원 강사들이 말하던 방식과 사고를 보고 깜짝 놀라며
"내가 어리석었구나, 내가 모르고 살았구나."
한탄했다.
그날부로 미친듯이 공부했고, 수능성적은 112(언수외) 백분위 만점 99 95. 나쁠 거 없다. 영어 좀 아쉽지만...참고로 인문계...
"됬다. 맘 편히 먹고 지원하자."
그러나 그때 정시지원은 하향평준화... 다군 쩌리뺴고 다 떨어졌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소신도 아니고 다 안정을 썼는데...
나는 또 다시 고배를 마셨고, 내가 중학교 철부지시절 병신이라 말하며 놀리던 삼수생이 되었다.
'재수를 하면 인생을 알고, 삼수를 하면 철학을 안다.'
나는 철학(?)을 깨우치게 되었고, 세상 많은거에 초탈했다.
사회 전반에 관심많고 비판적이던 나의 성격과, 준법에 목말라 지각이나 일탈은 꿈에도 꾸지 않았던 내가,
"뭐 그럴 수도 있지. 알게 뭐여?? 내 코가 석 자인데..."
삼수는 힘들고 짜증나고 외롭고 쓸쓸하고 이갈렸지만, 순조로웠다.
9월에 212가 나왔다. 기대에는 못 미쳤다.
"좀 더 해야 돼. 삼수생인데 서성한은 가야돼."
그러나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갑자기 공부를 하려고 펜을 잡으면 손이 미친듯이 떨리며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고,
무기력과 막연한 평온함이 몰려오면서 공부를 멀리했다. 그 중요한 시즌에...
수능... 개망했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나는 수도권의 대학교에 진학했다. 어머니께서 합격발표 당일 꿈에 내가 합격했다는 꿈을 꾸셨다. 순간 서러웠다. 나란 새끼 왜 이런 새끼지... 처음으로 자살에 대한 동정과 공감이 생겼다...
한 학기를 다니고서, 무기력과 우울감에 빠져 휴학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는 답이 없었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 나는 전혀 악감정이 없다. 오히려 좋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현실은 내 학교의 이름을 허락하지 않는다. 내 마음이 더욱 그랬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 그리고 한해 지난, 아직은 찬바람이 불던 이른 봄, 스물 넷에 군대를 갔다...
군대를 간다는데 전혀 슬프지도, 억울하지도, 분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망가진 나를 발전시킬 거란 생각에, 들뜨고 행복하기까지 했다.
입소대 연병장에 뛰어나가던 그순간 처음으로 슬펐다. '내가 엄청난 죄를 지었구나.'
외아들 내가 얼마나 부모님 가슴에 먹칠을 한건지... 집안은 개망가져서 기울고 믿는거라곤 외아들 나밖에 없었다...
군대에서 마음공부를 했다. 많이 편해졌고, 휴가때마다 죄책감을 벗어나 다시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동감이 흘렀다...
그리고 늦가을의 전역...
내가 뭘 해야 할까... 입대 전부터 고민했는데, 나에게는 꿈이 있었다.
교육자가 되는것. 단순히 학교로 갈 게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누군가를 돕고 싶었다. 내가 완벽하진 않을지라도, 아무
도 돌봐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작은 지식이나 상식을 가르쳐 주고 즐기는 것이 꿈이었다.
늦었지만, 다시 한번 해보기로 했다. 수능...
스물여섯 살, 다시 기억을 되살리며 퇴고를 하고 있다... 어느덧 150일 남았다... 더 이상 길은 한곳밖에 없다...
오유에 어쩌다보니 저도 제 심정 살려서 적어봅니다...쩝... 쓸데없어서 죄송...참고로 뻥은 아닙니다... 그저 읽고 즐겨주시길...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