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대학생이 되는 한 학생입니다.
어제 어머니께서 노트북을 사주셨습니다. 삼성에서 나온 흔한 노트북입니다.
'너도 이제 대학생이 되니까 노트북 하나 필요할 거 같아서 사왔다.' 하시면서 제게 노트북 박스를 건내셨습니다.
처음에는 좋았습니다. 컴퓨터가 한 대 더 생긴 거고 진짜 대학생이 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모델명을 검색해 보니까 최저가가 80만원이 넘더라고요.
어머니께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사신 것 같지는 않고 대리점에서 사셨을 텐데 더 비싸게 주고 사신 것 같습니다.
그냥 노트북 비싸게 주고 산 것이 그렇게 큰 걱정은 아닌 것 같지만 저에게는 꽤 큰 걱정입니다.
저희 집은 가난합니다. 이번에 국가장학금 소득분위 2분위 나왔습니다.
한 달 소득이 이백만원 조금 넘습니다.
그 돈으로 어머니, 아버지, 저, 중학생 동생이 먹고삽니다.
조금 힘들더라도 서로 의지하고 잘 살고 있습니다.
아직 집 한 채 없이 살고 있지만 어머니는 죽기 전까지 내 집 마련하시는게 꿈이라고 하십니다.
뉴스에서는 점점 더 살기 힘들어 질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그런 뉴스들은 티비로 잘 나오지 않습니다. 인터넷에 찾아보고 알아봐야 알 수 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모르실테니까 제가 찾아보고 알려드리고 그러는데 두 분 다 한숨만 내쉬십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비싼 노트북을 받으니 너무 죄송합니다.
저는 명문대학교에 입학하지 못했거든요. 지거국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취직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괜히 제 욕심에 대학교를 간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서 노트북을 사오신 날, 저는 제 방에서 반쯤 잠들어 있었습니다. 아마 밤 11시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아버지께 제 노트북을 사준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저는 아버지께서 어머니께 화를 내실 줄 알았습니다. 저희 집안 사정에 노트북은 사치니까요.
갑자기 아버지는 노트북 사양에 대해 물으셨습니다. 그러시고는 왜 더 좋은 것으로 사주지 않았냐고 하십니다.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공부도 못하는 못난 딸인데.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이니까. 아버지의 자랑이니까.
그런데 제가 '열심히' 는 할 수 있는데 '잘' 할 수 있을까가 고민입니다.
아무리 학점을 잘 받고 스펙이 좋다고 해도 서울권 아이들을 먼저 채용할테니까요.
아무튼 그래서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두서없이 막 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라도 털어놓으니 속이 후련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