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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269322
    작성자 : 익명aWlkZ
    추천 : 10
    조회수 : 737
    IP : aWlkZ (변조아이피)
    댓글 : 64개
    등록시간 : 2014/11/25 16:00:18
    http://todayhumor.com/?gomin_1269322 모바일
    ㅅㄷㅇ : ~세상에서 제일 비겁한인간~



    안녕?


    어제 새벽에 너한테 차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니 번호 다 지우고 SNS 다 삭제하고 나니까 연락할 방법 없는데

    너 혼자 쿨한 척 멋진 남자인 척 드라마 찍고있을 생각하니 욱해서 글쓴다.


    그리고 니가 꼭 알아야 될 게 몇 가지 있어.

    첫번째로는 넌 참 찌질한 새끼라는 거고

    핵심은 마지막에 나오니까 끝까지 꼭 읽어라.

     



    우리 3년만났지. 3년 짧은 시간 아니야. 그치?

    근데 한 달 전 새벽에 갑자기 헤어지자고 그랬잖아

    난 정말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은 기분이었다.


    이유는 사랑하니까 놓아준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었지.

    지금도 바쁘고 앞으로도 더 바빠질 것이기 때문에 

    나한테 더 잘 해줄 수 없으니 헤어져야 한다고.



    그래서 너한테 무조건 매달렸지

    그렇게 헤어지기엔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들이 소중했거든.


    난 내가 잘못했구나.내가 닥달했나? 연락을 너무 요구했나? 혼자서도 잘 버텨봐야겠다.

    모든 문제를 내 책임으로 돌리게 되었지

    생각해보니 정말 비겁한 말이었네

     



    그리고 그럭저럭 평소 같은 날을 보냈지.

    그렇지만 난 마음 한구석에 계속 찜찜한 기분이 남아있었어.


    한달 전 그날을 계속 곱씹다 보니 

    그 직전에 네가 보였던 이상한 행동들이 생각나더라.

    데이트 도중에 내 옆에서 핸드폰을 가려가면서 카톡을 보내던 일말이야


    누구랑 카톡하길래 그렇게 숨기냐고 하니까 친구라고 그랬지.

    그러면서 끝끝내 내 옆에서 몰래 몰래 카톡을 계속 보내더라.

    그냥 그러려니 정말 친구겠거니 믿었던 내가 멍청했지.

     



    그리고 어제 새벽에 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판도라를 열었지.

    곤히 잠들어 있는 네 옆에서 난 도무지 잘 수가 없었거든.

    그리고 대화 목록에서 낯선 여자 이름을 발견했는데 

    내용을 보니 가관도 아니더라.




    내가 보내준 귀여운 동물 사진 그 여자한테 보내고,

    그 여자 출근 퇴근 시간 맞춰서 잠깐이라도 보자고 떼쓰고,

    고기 사줄까? 뭐 필요한 거 없어? 남친도 없는데 왜 바쁘고 그러셩 애정이 식었어ㅠㅠ


    이게 말이 되냐? 여친있는 남자가 할 말이냐?

    전주 출장갔다오면서 나 주려고 사왔다며 생색내던 수제 초코파이 그 여자애한테도 줬더라ㅋㅋ

    너, 그 여자한테는 애교도 엄청 나던데?

    나한테도 그렇게 좀 달달하게 굴지 그랬어?

     



    그걸 보면서도 덮어야 하나 고민하던 내가 불쌍해.

    내가 이번에 덮고 넘어간다고 해도 너는 덮일 마음도 아닌 거 같았어

    그래서 그 새벽에 널 깨웠지.



    뭐랬냐

    초등학교때부터 20년 가까이 된 친구라고?  말도 안되는 의심하지 말라고?


    그런데 알고 보니까 

    그날 몰래 핸드폰 숨겨가며 보내던 카톡의 주인공이 그 여자였잖아?

    당당하면 왜 숨기냐 했더니 그제서야 너도 잘못한거 안다고 했지.

    정말 미안하다고 했지.

     



    그래서 나는 화를 삭히고 있었어.

    넌 원래 공감능력도 떨어지는 멍청이고 

    사람 관계도 잘 모르는 어리숙한 애니까. 내가 참자.


    그리고 마음이 좀 잠잠해질 즈음 니가 그랬지? 밥 먹자고.

    새벽 5시에, 바깥에 다니는 사람 하나 없는 그 깜깜한 시간에, 밥 먹고 집에 가라고.

    너 자취방에서 우리 집까지 한 시간 반 거리거든 미친놈아?


    그래서 내가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난생 처음으로 헤어지자고 얘기했어.

     

    그제서야 네가 나한테 매달리더라?

    내가 절대 못할 거라 생각했던 말이었냐?


    네가 매달리니까 마음이 약해져서 

    나도 미안하다 앞으로 잘해보자고 너 힘든 거 나도 안다고 말했어 정말 호구같이..




    그렇게 서로를 다독이는 나한테 한시간쯤 지나서 넌, 

    갑자기 헤어지자고 했지.

    진짜 벙찌더라

    내가헤어지자고 하는 건 안되고 네가 헤어지자고 하는 건 괜찮아?

    이유는 또 나한테 더 잘해줄 수가 없으니까 지금헤어지는 게 최선이라고.


    소설쓰냐

    난 지금 이대로도 좋았는데 뭐 어쩌라는거야. 변명, 자기위로 이딴 거 좀 그만해 역겨우니까.


    그 뒤론 끝이었지

    내가 아무리 붙잡아도 니가 날 붙잡은 그 한시간 동안 넌 마음 속으로 정리가 끝난 모양이더라.


    그래서 그 집을 나왔다

    정말 타이밍 딱 맞춰 출근시간이라 지옥버스 지옥철은 고루고루 타고 

    1시간 30분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차라리 내가 헤어지자고 했던 그 새벽에 날 놔줬으면 좀 좋냐?



     

    어차피 구질구질해진 이별, 그 여자애한테 전화를 했다.


    그 여자애 목소리를 듣고 나니 자초지종이고 뭐고

    너무 울컥해서 

    나 ㅅㄷㅇ 여친인데 너 때문에 헤어졌다 둘이 잘 먹고 잘살아라! 하고 끊어버렸다.

    그랬더니 한참뒤에 그쪽에서 문자가 왔는데 진짜 멍해지더라.


    20년 지기 그냥 친구인데 어떻게 3년 사귄 내 존재를 아예 모르냐?

    그리고 니가 껄떡대던 그 여자애 남친있대

    너 여친 있던 거 지금 알았으니 피차일반이라네ㅋㅋㅋㅋ

    그리고 진짜 끼리끼리 잘 살아라.


    빈지노의 아쿠아맨 꼭 들어보고. 찌질아.




    0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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