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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wedlock_11282
    작성자 : Tan
    추천 : 10
    조회수 : 3645
    IP : 114.29.***.44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7/11/25 23:41:41
    http://todayhumor.com/?wedlock_11282 모바일
    이혼을 향하는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후회와 관련한 이야기
    나는 사람들에게 후회한다는 말을 한적이 별로 없다.
    왠지 후회한다고 하면 등신 취급 받을까봐서, 아니면 그런 얘기를 나에게 얘기한들
    그게 내인생에 무슨의미냐는... 상대방의 공감어린 목소리에 섞인 알듯 말듯한
    미묘한 표정을 보기 싫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너를 만나고, 사귀고, 결혼하고 아이들이 생길때까지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었기 때문에 단지 사람들에게 후회한다고 말을 안했을 뿐이지
    사실 홀로 어두컴컴한 방에서 집중하지도 않은 TV를 보며 연거푸 술잔을 기울이는 지금도
    후회하고 있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닌것을 내 스스로 부인할래야 부인할 수가 없다.
     
    이정도 나이를 먹고 나서야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렴풋이나마 정말 어설프게나마 알수 있는 사실이 뭔고 하니,
    나이가 어려도 일찌감치 사회생활 하는 방법이나 사람을 보는 눈, 미래를 설계하고 자신의 인생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꾸며가는 그런 사람이 있는가 하는 반면, 뭐가 어째됐건 그냥 인생을 되는대로 막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그 중간에 그럭저럭 딴에는 열심히 산다고는 하지만 지나고 보면 인생 엄청난 노력을 한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막산것도 아닌 어중간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과 내가 그 중간에 있는 어중간한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아니..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중간 축에도 못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후회할 일이 더 많은걸까?
    되짚어 보면 후회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열심히 공부를 해야할 시간에 친구들과 연습장에 땅따먹기, 오목이나 했던 일들.
    고민고민해서 진로를 결정해도 모자랄 판에 그저 성적에 맞춰 고3 담임이 정해준
    학교, 학과가 언제끝날지도 모를 내 남은 인생의 전부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일들.
    대학와서 그저 남들이 다 한다니까 갈수있는 회사나 알아보고 발전이라고는 눈꼽만큼도 관심 없덨던 내모습. 
    그저 혈기왕성해 여자나 만나보려고 선배가 이끌고 간 그곳에서 너를 만났던 일.
    평범했던.. 어느날과도 다를바 없었던 그날 너를 품에 안았던일.
    내게 마저도 거짓말했던 너를 어떻게든 마음잡게 하겠다고 평일 대낮 회사도 안가고 경찰들과 뒷골목을 뒤지고 다녔던일.
    그렇게 데려온 너를 집으로 보내지 못하고 갈 곳이없다는 이유로 우리집에서 지내게 했던일.
    한밤중에 어머니가 나를 공터로 불러 다른건 다 좋으니 너와 결혼만은 하지 말아라 하셨을때
    나는 너 아니면 결혼하지 않을거라고 평생 혼자살거라고 큰소리 치며 어머니 가슴에 대못을 박았던 일.
    신혼때 기억나지도 않는 이유로 너와 싸우고 이혼하네 마네 했을때 너에 입에서
    아이가 생겼다고 해... 차마 아빠 없는 아이로 만들수 없다고 너에게 각서를 내밀며 먼저 용서를 구했던 일.
    네가 두아이을 버려두고 집을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장인어른이 이혼하라고 했을때
    그게 아버지로서, 할아버지로서 할말이냐고 따지지도 못했던 바보같은 내모습. 
    마저 글로 다 적기도 힘들정도로 내인생에 후회는 한두가지가 아니었던것 같다.
     
    이중에 하나라도 다른 결정을 내렸더라면 지금과 같았을까?
    너랑 만나지 않았거나, 만났더라도 사귀지 않았거나, 사귀었더라도 결혼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수많은 결정들이 엮이고 엮여 결국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되어 이런일이 생긴걸까?
    다 끝난 지금에 와서 계산해 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냐 마는...
     
     
     
    어떤 과정이 됐든 너와 함께했던 그 긴시간의 기억이, 너와 나의 마지막이... 훗날 남아있을지도 불문명할
    판사의 판결문... 제기랄 그 판사는 정작 너와 나의 이름은 커녕 그런 부부가 있었을지조차도 기억 못할테지만
    그런 판사의 판결문 몇글자로 종지부가 찍힌다는 사실이 어처구니 없게도 더 큰 후회의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다. 

    내가...
    조금만 더 생각하고 내 인생을 결정했더라면,
    조금만 더 남의 목소리에 귀기울였더라면,
    조금만 더 참고 너에게 공감했더라면,
    지금 이렇게 살아 있는 것 자체가 힘들만큼
    후회할 일이 내 앞에 닥쳤을까?
    네가 떠난 1년이 지난 지금도 하루도 빠짐없이
    나 스스로에게 되묻고 있다.
    아마 이 후회는 죽을때까지 계속 되겠지.
     
    너도 그럴까?
     
    적당히 취기가 오른 지금 너와 함께했던 사진을 뒤적이며
    목구멍을 따끔하게 하는 술보다 더 쓴 후회를 오늘도 곱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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