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가 나 어릴때 아빠랑 이혼하고 나한테 미안하다고 펑펑울면서. 그때부터 교회에 나갔던걸로 기억해. 광적인믿음정도는 아니지만 엄마는 기독교를 모욕하는걸 싫어하는걸 난 알아. 그래서 미안해. 그런 엄마의 딸이 동성애자라서 미안해.
내가 저번에 밥먹다가 지나가는말로 물었잖아.
"엄마. 만약 내가 살인을 저지른다면 엄마는 날 버릴꺼야?"
"아니. 그래도 엄마는 옥살이하는 널 뒷바라지하면 했지 안버려."
"그럼 내가 만약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대신 그 사람을 처리해주는 그런일을. 즐긴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되돌려놔야지. 그래도 난 널 외면할 수가 없다."
"그럼.. 내가 동성애자라면?"
"..그럼 그땐 부모자식간의 연을 끊어야지. 그건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거야. 있어서는 안되는일이고 징그러운 일이야."
나 그때의 말이 아직까지도 맴돌아. 지나가다가 내 스타일의 여자를 볼때마다. 엄마의 마지막말이 귀에 돌아 미치겠어. 사라지지가 않아. 차라리 내가 조그만 죄라도 저지르면 자식의 연을 끊는다고 하지그랬어. 어떤 범죄에서도 날 버리지않는다고 대답할때 난 정말 안도했는데. 왜 하필 동성애를 범죄보다 더 끔찍하게 여기는거야 엄마..
아무리 동성애를 좋게말할려해도. 예수님이 동성애자인사람이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맞고있다면. 그냥 지나치실분이 아니라 그 동성애자를 감싸주실분이 아니겠냐고 해도.. 엄마는 단호하더라... 가슴 찢어질정도로 단호하더라...
나 그래도 엄마 엄청 사랑해. 이 부분에 관해서만 엄격하고 엄마 평소엔 나한테 진짜 잘해주고 내 뒷바라지. 우리 집안사정 엄청 안좋은데도 엄마 먹을꺼 안먹고 입을꺼 안입으면서 나 키웠잖아. 여기까지 잘 키웠잖아. 나 그래서 맘놓고 엄마 미워하지도 못하겠어. 내가 꿈때문에 방황할때도 엄마는 항상 "니가 원하는 일을해. 엄만 응원해줄게" 라고했잖아. 그래서 나 엄마 맘놓고 미워하지도 못하겠어.
엄마가 진짜 다른건 다 부드럽고 유하게 넘어가는데 동성애에서는 절대 이해못하고 이해하려고 안하니까. 내가 동성애인거를 말할 수 조차 없으니까. 난 엄마를 잃고 싶지않으니까. 도저히 말못하겠어. 남들이 애인얘기 남친얘기. 엄마나 친척이 남편얘기 결혼얘기 꺼낼때마다 미칠것같아. 맘껏 울고싶어. 아직 20살밖에 안됐는데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더 심해질지도 모르겠어.
엄마 내가 우는거 엄청싫어하잖아. 남이 우는거 그런거 절대 보기싫어하잖아. 그래서 울면서 털어놓지도 못하겠고 술이랑 담배하는것도 싫어해서 내가 술먹고 홧김에 고백같은것도 못하겠어. 그냥 기독교인인 엄마의 자식인 내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에 한없이 미안해. 미안하고 미안해.
그냥. 그냥 아닌척하고 살게. 차마 나자신을 속이고 남자랑 결혼하진 못하겠어. 그냥.. 그냥 나 독신주의자라고 외치면서 살게. 그냥 맘에드는 남자가없다고. 일하는게 더 좋다고. 그러면서 살게. 나 혼자서 살게. 내가 청소년시절때 방황하고 반항한게 너무나도 많아서. 엄마가 울던날이 많아서. 더 이상 엄마한테 상처를 못주겠어. 그것도 아주 큰 상처는 더 이상 못주겠어. 미안해 엄마. 그냥 숨기고 살게. 엄마는 엄마한테 숨기고 살지말라고 했지만. 이건 숨길게. 이건 드러내는게 엄마한테. 나한테 더 큰 상처일테니까 나 그냥 숨길께. 꼭꼭 숨길게.
그냥 가끔가다가 서러워서 내가 아무말도 안하고 우는거. 그럼 엄마는 이유 묻지않고 안아줬으면 좋겠어. 엄마가 우는거 싫어하는건 알지만. 내 방에서 혼자 울다 오기를 원하는걸 알지만. 그래도 안아줬으면 좋겠어. 난 엄마의 하나밖에 없는 딸이잖아. 그런 딸이 동성애자라서 미안해 엄마.. 미안해..